장항석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외과학 교수
이 칼럼은 시중에 떠도는 무수히 많은 소위 ‘의학상식’이라는 정보들에 많은 변화가 있고,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의 수준이 간단한 정보에는 만족할 수 없게 된 것을 보면서 새로운, 그리고 정확한 근거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정보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하게 되었습니다. 2004년 3월에 나온 <진료실 밖으로 나온 의사의 잔소리>, 그리고 2015년 출간된 <냉장고도 모르는 식품의 진실>이라는 두 책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시간상의 특이점도 일정부분 역할이 있었습니다.
지금부터 우리가 할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늘 보고, 느끼고 먹고 마시는 모든 것들, 그리고 우리가 처한 환경에서 챙겨야 할 건강 지식입니다. 우리가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던 확고한 믿음에서 벗어난 것도 있을 것이고, 또 우리의 전통적인 상식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그 처음 이야기는 이 글을 쓰고 있는 날(2025년 4월 30일) 나온 동아일보의 기사로부터 출발합니다. 오늘 건강관련 기사에서는 우리가 예전부터 알던 인공 감미료인 사카린(saccharin)에 대한 놀라운 내용을 다루었습니다.
사카린은 다른 많은 발명품들이 대부분 다 그러하듯이, 다른 연구를 하다 엉뚱하게 발견된 물질입니다. 1878년에 미국의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석탄의 타르 유도체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우연히 단맛을 내는 이 물질을 발견하게 됐는데, 그 과정 역시 참 재미있습니다. 그 연구에 참여한 조교가 실험실에서 저녁식사를 하다 빵이 유난히 단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살펴보다 보니, 손에 묻었던 화학물질이 그 원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사실, 이 에피소드는 흥미롭기는 하지만 정말 위험한 장면입니다. 그나마 단맛을 내는 물질이어서 다행이지, 만약 타르에서 나오는 다른 독성물질이었다면 생명을 보장받기 어려웠을 것입니다.), 교수와 이 조교가 나중에 이 물질을 특정하고 이름을 설탕을 뜻하는 그리스말인 sakcharon에서 변형하여 사카린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당시 이 물질은 칼로리가 없고 설탕보다 300배는 더 달콤한 맛을 내서 아주 각광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서면서 고용량의 사카린이 방광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고, 1970년대에 동물실험을 거쳐 강력한 발암물질로 증명이 되면서 1977년 미국 FDA에서 이를 발암물질로 규정하기에 이릅니다. 그 이후 우리 역시 사카린은 마치 코올타르 정도의 위험한 물질로 여기게 된 것이지요.
하지만 이런 결정의 근거로 채택되었던 1970년대에 시행된 캐나다의 논문과는 반대로, 사카린 때문에 방광암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는 증거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쥐에 나타나는 특정한 생리학적 매커니즘이 원인이지, 사람에서는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다는 것이지요. 지금은 이런 증거들을 근거로 발암물질 명단에서 사카린을 제외했습니다.
이런 역사의 과정들을 거쳐 현재 사카린은 당뇨병, 체중관리가 필요한 사람들에게 새로운 희망으로 재조명되고 있습니다. 그것에 더해 오늘 나온 기사는 사카린이 기존에 인식되었던 항균효과 뿐만 아니라 항암효과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참 놀라운 이야기이지요.
하지만 실제로 이런 이야기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닙니다.
과거에도 사카린이 항균효과가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민간처방 중에 상처가 나면 거기에 소량의 사카린을 뿌리고 치료를 하는 내용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엄청나게 상처가 쓰라리고(마치 소금을 뿌린 것처럼) 아팠지만, 실제로 치료 효과는 아주 좋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논문을 검색해 보면 2015년 나온 논문에서는 여러가지 암세포 생장을 억제하는 것을 보고했고, 그 이후 여러가지 사카린 유도체들이 암세포 사멸에 효과가 있다는 보고들이 있었습니다.
오늘의 기사는 이런 논문들의 결과를 종합해 작성되었는데, 그 내용에는 암세포 사멸을 촉진하는 반면 다른 정상 줄기세포의 생존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보고를 인용하여 앞으로 항암치료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거기에 카페인을 섞으면 더 효과적이라고 하네요.
커피에 칼로리 걱정이 없는 사카린을 넣어 즐기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네요.
하지만…
이런 기사나, 심지어 논문을 읽을 때는 정말 주의해야 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런 글, 혹은 문건들은 자신의 주장을 부각시키기 위한 노력이 많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식품에 어떤 특정 성분이 있는데, 그 성분이 어떤 특수한 효과가 있다고 해서 그걸 먹으면 무조건 그런 효능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면 안됩니다. 얼마만큼 먹어야 할지 잘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인간의 몸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단순하게 세포 실험이나 쥐 실험을 했다고 우리에게 그런 효능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은 큰 위험을 자초하는 일입니다.
실제로 이제까지의 사카린 관련 연구는 세포수준에서 이루어진 것이 대부분입니다. 동물 실험도 쥐 수준입니다. 즉, 인체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라는 큰 관문을 통과한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실험들에서 사용한 용량은 인간이 섭취할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것입니다. 즉, 우리가 먹을 수 있는 수준에서 항암효과가 나는지는 미지수라는 말입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적어도 우리가 안심하고 사용하려면 정확한 실험을 통한 증거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방식의 접근법을 의학에서는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이라 부릅니다.
그리고 기억할 것은 바탕이 될 수 있는 ‘근거’라는 것은 대규모의, 전향적인 무작위 이중맹검법에 의한 자료여야 합니다. 다기관, 다국적인 연구라면 더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연구를 영어로 말하면 더 와 닿을 수 있습니다.
“Prospective, large-scale, multicenter, randomized, double-blind clinical trial.”
이 긴 단어의 나열은 우리 연구자들은 ‘어마어마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단순히 한, 두가지 이상의 조건만 가지는 연구를 기획한다 해도 거의 대형 국책과제 수준의 연구비가 필요한 일이니까요.
말하자면 어떤 한 물질이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중요한 약이 되기 위해서는 이런 정도의 증거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한 연구기관에서 나온 연구만으로는 우리가 쉽사리 채택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말하자면 오늘 나온 사카린에 대한 밝은 미래전망에 대해서는 우리는 조금 더 기다려 보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그저 사카린이 그렇게 위험한 물질이 아니고 도움이 되는 부분도 많겠다, 이 정도만 기억하고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다 보면 언젠가는 우리가 믿고 사용해도 무방할 대규모의 임상실험을 통한 근거가 나오겠죠.
그럼 그 때 이런 지식을 사용하면 됩니다.
맺음말
오늘부터는 건강에 대한 상식과, 최근의 정보, 그리고 영양에 대한 내용을 다루겠습니다.
처음 시작이 가장 최근의 의학과 관련된 기사를 이슈로 한 것처럼, 가장 앞선 정보를 깊이 있게, 그러나 친근하고 편하게 다루어 볼 예정입니다.
다음 주제는 아직 미정이지만 이 칼럼의 취지에 맞게 선택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