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서머스쿨’에 참가한 대만·미국·벨기에·일본·프랑스 등 12개국 50명의 해외 대학생이 17일 부산 금정구 한 댄스 연습실에서 K-POP 댄스를 배우고 있는 모습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어의 인기가 한국어에 밀려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의 경제 부진과 안 좋은 국가 이미지가 중국어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는 반면, 케이팝의 인기에 따라 한국어의 인기는 더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현대언어학회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대학에서 2013년부터 2021년까지 한국어 등록률은 57% 이상 급중한 반면, 중국어 등록률은 꾸준히 감소했다.

클레이튼 두베 전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미중연구소 소장은 “현재 가장 인기가 많은 동아시아 언어는 한국어”라며 “이는 100% 케이팝이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젊은이들이 케이팝 문화를 직접 접한 후 한국어를 배우려는 동기가 부여되는 경향이 크며, 여기에는 특히 BTS가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SCMP는 분석했다.

반면 한때 전 세계적으로 가장 각광받는 언어였던 중국어에 대한 관심은 수십년간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언어협회의 가장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2021년 대학의 중국어 등록률은 2013년 최고치 대비 25% 줄어들었다.

유럽에서도 중국어 인기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고등교육통계청의 데이터에 따르면 2023년 중국어를 공부하는 영국 대학생 수는 2016년 최고치 대비 35% 감소했다.

중국어 인기 하락세는 중국의 부진한 경제와 부정적인 국제 이미지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중국 경제가 급성장할 당시만 해도 경제적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중국어의 필요성이 부각됐다. 2015년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2020년까지 100만 명의 학생들이 대학 입학 전 중국어를 공부하는 것을 목표로 세웠다. 2013년 당시 영국 총리였던 데이비드 캐머런은 젊은이들에게 “내일의 비즈니스 거래를 성사시킬” 중국어를 배울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최근 중국 경제 부진에 따라 비즈니스 교류 기회가 줄어들면서 중국어에 대한 수요도 빠르게 줄어들었다.

중국이 강력한 코로나19 봉쇄 조치를 시행하며 고립을 자초한 것도 중국어 인기 하락에 영향을 끼쳤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뉴스가 급증한 것도 중국어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웠다.

독일의 중국 교육 네트워크인 빌둥스네츠베르크 차이나에서 일하는 휴 산도는 “중국에 가보지 않은 사람들은 중국 뉴스만 읽는다”라며 “독일 언론은 중국의 인권 침해, 환경 오염, 빈곤 등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 대한 이러한 부정적인 인식이 독일에서 중국어를 배우는 매력에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출처 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