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 "인공강우"

중국은 해마다 수백 차례에 달하는 인공강우를 실시하며 세계 최대 규모의 기상조절 실험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 황사, 미세먼지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적 해결책'으로 인공강우를 선택한 것이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생태계 교란, 대기 화학물질 축적 등 환경적 부작용에 대한 심각한 우려도 공존한다.

중국의 인공강우는 보통 ‘요오드화은(AgI)’과 같은 인공 씨앗을 구름에 살포해 인위적으로 비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는 인공강우 기술이 비교적 안정적인 과학으로 여겨지면서, 중국은 이를 대기질 개선, 농업용수 확보, 산불 예방 등 다양한 목적에 사용해왔다. 특히 베이징을 비롯한 북부 지역은 겨울철 심각한 스모그를 씻어내기 위해 집중적으로 인공강우를 활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기상조절 기술이 대기와 생태계에 미치는 장기적 영향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요오드화은은 환경독성이 낮다고 알려져 있지만, 누적 사용에 따른 축적 효과와 지역 간 영향 편차에 대한 연구는 아직 부족하다. 일부 과학자들은 토양과 수계에 미량이더라도 꾸준히 축적되면 미생물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더불어 인공강우가 지역 내 자연 강수 사이클을 왜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예를 들어, 한 지역에서 인공적으로 비를 내리면 구름이 조기 소멸되어 인접 지역은 강수량이 줄어드는 이른바 ‘비탈취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지역 간 수자원 불균형이 심화되거나, 강수량 변화로 생태계가 교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2023년, 중국 충칭시에서는 인공강우 직후 예상치 못한 강풍과 국지성 폭우가 발생해 인명 피해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일부 기상학자들은 인공강우가 대기 에너지 흐름에 예측 불가능한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분석했다. 이는 날씨를 ‘조절할 수 있는 것’으로 단정짓는 기술 결정론적 사고에 대한 경고로도 받아들여진다.

인공비의 부작용

중국 정부는 이러한 우려에 대해 철저한 환경 모니터링을 약속하며 기술 신뢰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기상국은 “인공강우는 과학적으로 검증된 방식이며, 엄격한 안전 기준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관련 데이터의 공개는 제한적이고, 국제 사회와의 공동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불신은 여전하다.

한편, 국제 환경단체들은 중국의 대규모 인공강우 실험이 사실상 ‘기후 개입(Geoengineering)’에 해당한다며, 국제적 규제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도 인공기상조절 기술이 기후위기 해결의 보완 수단이 될 수 있지만, 투명성과 국제 협력이 필수라고 강조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강우의 기술 발전을 무조건적으로 막을 필요는 없지만, 그 환경적 영향을 과학적으로 면밀히 분석하고, 사회적 합의와 규범 속에서 운영되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기후위기 시대에 ‘기술적 응급처치’보다는 탄소 감축과 생태계 보존을 통한 근본적 대응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된다.

중국의 인공강우는 눈앞의 기후문제를 당장의 물리적 수단으로 해결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의 순환체계에 손을 대는 이 기술은 더 복잡하고 예측 불가능한 환경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과학과 정책 모두 신중한 접근이 요구된다. 인공비를 내리는 ‘구름 위 과학’이 진정으로 환경을 위한 선택이 되려면, 보다 투명한 정보공개와 국제적 논의의 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