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비즈워치
아침에 남긴 음식물 쓰레기로 자동차가 달린다고 하면 믿기시나요? 그런데 이제 이게 현실이 될 전망입니다. 현대차그룹이 음식물 쓰레기, 하수 슬러지, 가축 분뇨 같은 유기성 폐기물에서 수소를 뽑아내 수소차에 공급하는 기술을 해외에서 본격 실증합니다.
인도네시아 자바주 매립지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정제한 바이오가스를 활용해 수소를 생산하고 이 수소로 모빌리티를 움직이겠다는 구상인데요. 국내에서 여러 차례 실증해 온 이 기술이 이제 세계로 확장되는 첫 단계입니다.
악취 나는 음쓰, 청정수소로 부활
그래픽=아이클릭아트
현대차그룹이 인도네시아 정부·국영 에너지 기업 페르타미나 홀딩스와 함께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W2H(Waste to Hydrogen·웨이스트 투 하이드로젠)', 자원순환형 수소 솔루션입니다.
핵심은 '버릴 걸 다시 쓴다'는 데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 하수 슬러지, 가축 분뇨 같은 유기성 폐기물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정제해 바이오가스를 만들고 이를 수소로 전환합니다. 수소를 따로 수입하지 않고도 지역 내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어 수소 자원의 독립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이 W2H 모델은 국내에서도 성과를 쌓고 있습니다. 충주·청주·파주 등 여러 지역에서 음식물 쓰레기와 하수 처리장을 활용한 바이오 수소 생산 실증이 이뤄지고 있고, 일부는 미니 수소도시 조성 사업으로도 확장됐습니다.
특히 충주시 봉방동 바이오수소융복합충전소에서는 하루 평균 400kg 규모의 바이오 수소가 생산되고 이는 수소차 63대가량을 충전할 수 있습니다. 실증을 넘어 상용화에 한 발 더 다가선 셈이죠. 이번 인도네시아 사례는 그런 W2H 모델이 처음으로 해외에 나간 첫 실증 사업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바이오 수소 생산 시설./자료=현대차
현대차그룹이 실증 거점으로 잡은 곳은 인도네시아 서부 자바주 반둥시 인근의 사리묵티(Sarimukti) 매립지입니다. 이곳은 반둥시에서 매일 배출되는 1500톤 규모의 폐기물 중 80%가 처리되는 대형 매립지인데요. 최근에는 이상기후 영향으로 화재, 홍수, 산사태 등 자연재해가 잦아 문제가 되던 곳이기도 합니다.
현대차그룹은 매립지 개발 전문기업 세진지엔이와 협력해 매립지에 복토를 실시하고 그 위에서 발생하는 바이오가스를 수소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수소 생산에는 현대로템이 개발한 수소 개질기가 사용됩니다. 이 장비는 천연가스·LPG·바이오가스 등의 탄화수소를 수소로 바꾸는 장치죠.
이미 기술 타당성 조사는 마친 상태고 연내 착공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지방 정부와 협의를 진행 중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이 수소를 차량 충전에 활용하기 위해 2027년까지 수소 개질기와 수소 충전소 설치도 마칠 계획입니다.
쓰레기 해결+수소 자립+모빌리티 확장
현대차그룹은 지난 15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글로벌 수소 생태계 서밋 2025'에서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영 에너지기업 페르타미나 홀딩스와 함께 추진 중인 '인도네시아 W2H 수소 생태계 조성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현대차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업을 단순히 수소 생산에 그치지 않고 현지 수소 생태계 조성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수소 생산에서 충전, 운송, 활용까지 밸류체인을 현지에 구축해 나가고자 하는 건데요.
이를 위해 현대차그룹은 제아이엔지, 한국기계전기전자시험연구원, 고등기술연구원 등 국내 기관들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한국의 수소 정책과 안전 기준을 인도네시아에 접목하는 작업도 병행 중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이 사업이 수소 모빌리티 보급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페르타미나가 제공한 부지에 충전소를 짓고, 향후 수소차 공급까지 연계하는 방안도 검토 중입니다.
여기에 NGO 굿네이버스와 협력해 매립지 인근 지역의 식수와 보건 환경 개선 등 사회 공헌 활동도 병행할 계획입니다.
이번 사례는 인도네시아 정부의 국가 수소 로드맵 주요 모델 중 하나로도 언급되고 있으며 실증 결과에 따라 동남아시아 수소 거점 확대의 시금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음식물 쓰레기로 수소차가 달리는 시대, 기술의 진보가 어디까지 가능한지 곧 확인할 수 있을 듯합니다.
출처 : 비즈워치의 테크따라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