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원지는 지구

한반도의 기후가 변하고 있다. 더 이상 ‘사계절 뚜렷한 온대기후’란 말은 교과서 속 문장으로만 남을 날이 멀지 않았다. 2025년 현재, 기상청과 농촌진흥청은 우리나라의 여름이 4월부터 11월까지 길어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나라가 ‘아열대 기후권’으로 빠르게 진입 중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징후라 말한다.

이러한 기후 변화는 기존 농업 시스템에는 위협이지만, 시야를 넓히면 새로운 작물과 산업의 기회로 전환될 수 있다. 특히 ‘아열대 작물’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은 기후위기를 넘어 농업의 미래 성장동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① 기능성 식품 산업: 건강과 기후를 잇는 연결고리

아열대 과일의 대표주자인 망고, 아보카도, 파파야는 항산화 성분과 비타민, 식이섬유가 풍부해 건강식품의 주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특히 아보카도는 불포화지방산이 많아 ‘슈퍼푸드’로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자리 잡았다.

건강을 생각하는 기능성 식품 산업

이러한 작물을 국내에서 직접 재배하고, 착즙 주스, 분말 건강식품, 건조칩 등으로 가공해 유통하는 산업 모델은 해외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국산 프리미엄 건강 브랜드를 키울 수 있는 기회다. 제주와 남해안 지역은 이미 소규모 망고 재배와 유통을 시작했고, 이를 전국 단위로 확대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이다.

② 천연 화장품 산업: 자연을 담은 바이오소재의 가능성

천연화장품

아열대 작물은 단지 식품으로만 쓰이지 않는다. 망고씨에서 추출한 망고버터, 아보카도 오일, 파파야 효소 등은 모두 피부 진정, 항산화, 보습 기능을 가진 천연 원료로 주목받고 있다.

기존에 수입 원료에 의존하던 천연 화장품 시장은, 국산 아열대 작물을 활용한 바이오소재로 글로벌 뷰티 시장 진출을 노릴 수 있는 새로운 기회를 가질 수 있다. K-뷰티의 성장이 정체된 지금, ‘K-바이오팜’과 연계된 친환경 천연소재 화장품은 새로운 혁신 동력이다.

③ 친환경 바이오패키징 산업: 쓰레기 없는 순환경제의 기반

기후위기의 핵심 원인 중 하나는 플라스틱 오염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는 빠르게 친환경 바이오소재로 눈을 돌리고 있다. 아열대 작물의 줄기, 잎, 껍질 등 부산물은 섬유질이 풍부해 바이오플라스틱, 친환경 포장재의 소재로 적합하다.

예를 들어, 바나나 잎과 줄기로 만든 식품 포장지는 분해가 빠르고 내구성이 뛰어나며, 이미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는 상용화 중이다. 우리나라도 바나나·파파야 부산물 기반 포장재 개발을 통해 ESG 기반 산업 확장과 함께 친환경 수출 브랜드를 육성할 수 있다.

④ 스마트팜 & 체험관광 산업: 농업과 관광의 융합

아열대 작물은 외래성과 생소함 때문에 일반인에게 호기심을 유발한다. 이를 스마트팜 기술과 접목하여 관광 상품화하면, 체험형 농업 관광산업으로 진화할 수 있다.

진화하는 스마트팜

예를 들어, 제주도에 아보카도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수확 체험 및 요리 클래스와 연계한 관광 패키지를 구성하면, 외국인뿐 아니라 국내 MZ세대의 ‘힙한 여행’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 스마트 온실, 자동 관수 시스템, AR 기반 작물 가이드 등 첨단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팜 테마파크’는 농업을 하나의 콘텐츠 산업으로 성장시키는 길이 될 것이다.

⑤ 식물성 대체식품 산업: 미래 식량시장의 주도권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 과정에서 식물성 대체식품은 핵심 산업이다. 육류 생산은 엄청난 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대체육의 수요는 매년 급증하고 있다.

아보카도, 바나나, 콩과 같은 작물은 단백질 및 지방 함량이 높아 고기 식감을 흉내낸 대체육 원료로 적합하다. 국내 식물성 패티나 대체 유가공품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아열대 작물을 활용한 로컬푸드 기반 대체식품 브랜드는 향후 수출 산업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충분하다.

결론: 아열대 작물은 단순한 대체가 아닌 ‘전환’의 기회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것이 국가 경쟁력의 본질이다. 아열대 작물은 단순히 기존 농작물을 대체하는 수준이 아니라, 건강식품, 바이오소재, ESG 산업, 관광 콘텐츠, 대체식품 등과 융합되어 대한민국 농업을 미래형 산업으로 도약시키는 열쇠가 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뿐만 아니라, 지역 기반 연구소, 대학, 민간기업의 협력체계가 필수적이다. 제주, 전남, 경남 등 남부 지역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형 농업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연구개발부터 유통, 해외 수출까지 전 주기적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후가 바뀌면 작물도 바뀌고, 산업도 바뀐다.’ 아열대 작물을 둘러싼 변화는 대한민국의 농업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미래산업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지금이 그 전환을 준비해야 할 골든타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