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메종글래드에서 열린 '2025 기술이전 사업화 컨퍼런스' 100분 토론

지난 4월 16일 제주에서 열린 ‘2025 기술이전·사업화 컨퍼런스’는 한국의 공공연구성과가 실제 산업화로 연결되는 데에 여전히 높은 장벽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과학기술 분야에 연간 30조 원 이상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성과가 창업이나 산업 진출로 이어지는 비율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와 같은 간극을 줄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기술이전 사업화 예산을 확대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근본적인 변화, 즉 연구자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역량을 제도적으로 강화하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연구개발(R&D)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한 기술 축적에 그치지 않고, 그 기술이 실질적인 사회적·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데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공공기술은 이전된 이후 사업화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기술의 수요 부족이 아니라, 해당 기술을 실제 비즈니스로 연결해내는 주체의 역량 부족에서 비롯된다. 즉, 기술을 개발한 연구자들이 사업화라는 현실에 마주했을 때 시장의 언어를 읽지 못하는 것이다.

많은 연구자들이 “나는 기술은 잘 아는데, 사업은 잘 모른다”는 말을 한다. 이는 단순히 겸손의 표현이 아니다. 실제로 연구자들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기술을 바라보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다. 이들은 기술이 ‘좋기만 하면 팔릴 것’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시장은 기술을 기준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수요, 타이밍, 경쟁자, 비즈니스 모델, 고객의 비용 지불 의향 등 수많은 요소가 얽혀야 하나의 기술이 산업이 될 수 있다. 결국 기술을 사업으로 연결하려면 연구자도 일정 수준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usiness Intelligence, BI)’를 갖추어야 한다.

현재 국내의 다수 연구자는 기술개발의 전문가이지만, 개발한 기술이 어떤 시장에서 어떻게 쓰일 수 있는지에 대한 전략적 통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술이전 이후 사업화까지 이어지기 위해서는 단순한 특허 이전이나 기술료 확보에 그치지 않고, 연구자가 기술의 시장가치와 비즈니스 모델을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는 수준의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바로 연구자 맞춤형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훈련이다. 연구자가 기술의 가치를 경제적·시장적 관점에서 분석할 수 있도록 1) 시장 분석 역량, 2) 경쟁 분석 역량, 3) 비즈니스 모델 설계, 4) 라이프사이클 기반 기술 전략 수립 다음의 역량을 갖추게 해야 한다.

한편, 기술사업화가 성공하려면 단발성 프로젝트로 보고 지원을 할 것이 아니라, 기술의 생애주기 전반을 고려한 전략적 기획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이 기술은 현재 시장에서 ‘혁신기’인가 ‘성장기’인가?’, ‘어떤 고객이 처음 수용할 것이며, 그 뒤에는 누가 따라올 것인가?’, ‘동일 기술로 파생 제품군을 개발할 수 있는가?’ 등등의 질문에 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정답은 없다, 생각하고 이야기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런 인텔리전스가 필요하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의 연구자에게는 이런 공부가 필요하다.

2025 기술이전사업화 컨퍼런스 축사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단순한 기술이전보다는, 연구자와 기업가가 공동으로 창업하는 구조를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연구자가 기술 기획자(CTO)로 참여하고, 비즈니스 전문가가 CEO로 참여하는 공동 창업 모델은 기술 통제력 확보, 시장 대응력 강화, 사업화 실현 가능성 증대의 효과를 가질 수 있다.

연구개발(R&D) 예산이 진정한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기술이 시장에 안착하는 마지막 단계까지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 핵심은 바로 연구자의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강화와 기술사업화 라이프사이클 분석 역량 제고다. 지금이야말로 R&D 정책의 무게 중심을 기술개발에서 사업화 중심으로 이동시켜야 할 시점이다.

연구자의 BI는 단순히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는다. 자신이 개발한 기술이 어떤 시장의 어떤 고객에게 어떤 방식으로 도달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기술 기반 스타트업의 경우, 해당 기술이 어떤 ‘시장 수용 곡선’에 위치해 있는지 판단하고, 시장 진입 전략을 다르게 가져가야 한다. 혁신기에 있는 기술은 초기 수용자를 설득하는 전략이 중요하고, 성장기에 있는 기술은 공급망 확보나 가격 경쟁력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공공연구성과 기반 공동 창업 지원 프로그램’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이 프로그램은 연구자가 단순히 기술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기술기반 창업의 기술책임자(CTO)로 참여하고, 외부의 비즈니스 전문가가 CEO로 참여하는 공동 창업 구조를 지원하는 것이다. 기술을 이해하는 사람과 시장을 이해하는 사람이 함께 사업을 꾸릴 수 있도록 초기 인건비, 마케팅 비용, 사업화 멘토링, 시장 검증 비용 등을 패키지로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이 프로그램은 ‘기술 사업화 라이프사이클 분석’을 훈련에 포함해야 한다. 기술이전 직후는 시제품 단계에서 초기 실증과 고객 피드백이 중요한 시기이며, 이후에는 인허가나 규제 대응, 투자 유치, 파트너십 형성 등 단계별 과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각 단계를 명확히 인지하고 설계할 수 있는 연구자야말로 기술의 잠재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핵심 주체가 된다.

연구개발 예산이 진정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이제 기술개발 중심에서 기술활용 중심으로 무게중심을 이동시켜야 한다. 특히 기술이전 이후의 사업화 과정에서, 연구자가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역량을 높이고 제도를 설계하는 것이 국가 전체의 혁신 성과를 좌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