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를 고려장 보내려는 거냐? 차라리 죽어버릴 거다’. 10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는 요양시설 입소를 완강히 거부했다. 3년 동안 이어진 투병과 간병 기간은 환자에게도, 가족에게도 고통의 시간이었다. 후회 속에 부친을 보낸 아들은 어머니를 모실 요양시설을 직접 만들어 보려 했고, 그는 어느새 요양·돌봄 플랫폼의 창업자가 돼 있었다. 최근 매일경제가 만난 위석호 펴나니 대표의 이야기다.

“오랜 병수발에 효자 없다고 하잖아요. 아버지의 3년에 걸친 투병 기간 가족들, 특히 어머니가 너무 고생하셨어요. 주변에선 간병 기간이 1년만 더 길어졌으면 어머님도 돌아가셨을 거라더군요.” 부친의 투병 생활 마지막 3개월간은 위 대표도 다니던 회사를 휴직하고 간병에 집중했다. “휴직 첫날 반나절 만에 어머니께 사죄드렸어요. 하루도 힘든 이런 생활을 지금껏 어떻게 해오신 거냐고요.”

아버지와 나눈 마지막 대화는 오랫동안 위 대표를 괴롭혔다. “아버지는 화장실을 가다가 두 번이나 쓰러져 119 구급차에 실려 가셨어요. 큰일 나겠다 싶어 직접 간이 변기를 만들었죠.” 급히 플라스틱 의자를 구해 구멍을 뚫고 세숫대야를 밑에 받쳤다. 임시로 커튼까지 달아 안방에 놔뒀다.

‘내가 여기서 이걸 꼭 써야만 되겠니…’. 위 대표의 부친이 건넨 마지막 이야기다. “제 무지로 인해 아버지의 자존감이 무너지고, 또 삶에 대한 의지를 놓으신 건 아닌가 하는 죄책감에 1년을 꼬박 방황했어요.” 위 대표는 나중에야 부친과 같은 환자들을 위한 용구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간병 생활은 누구에게나 낯설지만, 간병인이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그는 말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할 순 없었다. 위 대표는 어머니가 아프실 때를 대비해 직접 요양시설을 차리려 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요양시설에 대한 정보를 얻기도 너무 어렵다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요양시설에도 여러 종류가 있어요. 실버타운과 요양원, 요양병원이 모두 다르죠. 운영 대상과 필요한 자격증, 적용되는 보험도 각각 다르고요.” 요양원이 돌봄시설, 요양병원이 의료시설인 반면 실버타운은 주거시설로 분류된다.

그는 결국 요양·돌봄 플랫폼 창업을 결심했다. 한때 10억원에 가까운 연봉을 받던 회계법인 파트너 회계사 자리를 포기했다. “제가 담당한 분야에서는 제일 잘나가는 회계사였어요. 주변에선 다들 미쳤다고 했죠. 갑자기 돈도 안 되는 요양시설 플랫폼을 만든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 생각했다. “대부분의 사람이 요양시설이 필요한 순간이 오면 당황스러워 합니다. 어떤 시설이 우리 부모님께 적합한지도 모르고, 주변에서 얻은 단편적인 정보에 의존할 수밖에 없죠.” 그의 플랫폼은 단순히 시설을 연결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좋은 곳을 찾기도 어렵고 직접 만들기는 더 어려운 요양시설에 대한 솔루션을 수요자와 공급자 모두에게 제공하는 게 그의 목표다.

위 대표는 ‘펴나니’를 요양시설 수요자, 설립자, 운영자 모두가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만들고자 한다. 펴나니는 국내 요양시설 매칭 플랫폼 중 유일하게 요양시설 찾기(찾기 펴나니), 운영하기(운영 펴나니), 설립하기(설립 펴나니) 등 세 가지 서비스를 일괄 제공하고 있다.

요양시설 수요자에겐 적합한 시설과 복지 용구, 금융·법률 정보를 제공하며 요양시설 운영자들에게는 시설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컨설팅을 제공한다. 정부 평가 인증 준비 지원과 마케팅 솔루션 등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아무도 원하지 않지만 누구에게나 필요한 시설, 하지만 정작 찾기는 어려운 곳이 바로 요양시설입니다.” 위 대표는 요양시설이 단순히 기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누구나 준비해야 할 중요한 사회적 인프라스트럭처로 자리 잡기를 희망한다. “20년 전만 해도 납골당과 상조회사는 기피 대상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필요한 서비스가 됐잖아요. 요양시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은 낯설고 기피하지만, 10년 후엔 누구나 가는 자연스러운 시설이 될 겁니다.”

출처 2025년 4월 6일자 매일경제신문기사입니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09/0005471358?cds=news_m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