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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2-23
슈퍼스타K가 국가 R&D정책 에 주는 시사점
출처: 기술과경영(전문가노트)  / 양현모 (주)기술과가치 이사

20%에 육박하는 경이적인 시청률을 기록하며
케이블 방송의 역사를 다시 쓴 슈퍼스타K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1차 예선 접수가 시작된 지 66일만에 참가 신청자가 100만명을 넘어섰으며, 최종 결선에서 1명의 우승자가 선발되기까지 전국민적인 높은 애정과 수많은 이슈를 불러 일으켰다. 슈퍼스타K의 특징은 크게 ①비주류 케이블 방송에 의한 참신한 시도, ②기존 기획사를 통하지 않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디션, ③전국민의 참여 속에 진행된 공개적 이벤트 등을 들 수 있다. 이러한 기존 쇼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슈퍼스타K의 성공사례는 국가 R&D정책과 투자가 어떻게 추진될 수 있을지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최근 국내 총 R&D규모는 2000년 13조 8,000억원에서 2008년 34조 5,000억원으로, 정부 R&D는 지난 ’99년 3조 7,000억원에서 2009년 13조 7,000억원으로 연평균 10.6% 증가했다. 반면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 1위 품목 수는 2000년 87개에서 2007년 53개로 감소했다. 정부 R&D정책의 투자 규모는 늘고 있지만 미래 성장동력 산업창출은 여전히 힘겨운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이런 나쁜 성적표를 거두고 있는 국가 R&D정책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그 대안은 무엇일까?

국내 R&D정책 및 사업의 한계
먼저 슈퍼스타K와 비교되는 국내 R&D정책 및 사업의 한계를 살펴보자.
첫째, 투자 이후 성과만을 주로 관리하는 현재의 R&D 추진 및 관리방식을 들 수 있다.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국가 R&D의 투자방식을 보면 각 부처별로 매년 일정 예산을 책정한 후, 복잡한 사전기획 및 선별작업을 거쳐 공공연구기관이나 대학, 기업 중 투자 대상을 결정하여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일단 선정과정이 끝나고 나면 실제 기술개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에는 큰 관심이 없고 종료된 이후 활용성과에만 집착하는 경우가 많다.
슈퍼스타K의 이야기로 다시 돌아와 보자. 이번 시즌 2에는 장재인이라는 신인이 독특한 음색과 신선한 해석능력을 보여주어 프로그램 초반부터 1위 후보로 시즌 내내 주목을 받았다. 아마 슈퍼스타K가 현 국가 R&D투자와 동일한 방법으로 경연만을 통해 순위를 가려냈다면 1위는 장재인이 되었을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2억여원의 상금은 장재인이 아닌 환풍기 수리공 허각에게 돌아갔다. 이런 결과를 낳은 원인에 대해 다양한 분석이 존재할 수 있고 의미들을 부여하고 있지만, 필자는 이번 이변의 원인을 ‘코칭과 멘토링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슈퍼스타K는 단순히 매 단계별로 후보자들을 평가하여 선택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프로그램 진행 과정에 보컬, 안무, 연기, 의상 등 다양한 전문가들을 투입하여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을 수 있도록 진행하였고, 참가자들이 본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자신의 잠재력을 재능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처음에는 큰 차이로 시작을 했지만 전문가의 코칭과 본인의 노력에 따라 차이를 극복하고 자신이 가진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어 발전시킬 수 있는 ‘멘토링과 결합한 선발과정’, 이러한 방식이 국가 R&D투자 프로그램에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현재 국가 R&D사업은 시장과 수요자의 관심과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슈퍼스타K의 또 다른 성공요인은 기획사가 스타를 만들어내는 구조가 아니라 누구든 참여할 수 있도록 최대한 문을 여는 동시에 인위적 요소를 가능한 배제했다는데 있다. 이 과정에서 온라인/모바일 투표를 통해 국민들이 오디션 평가에 참여함으로써 수요자들이 원하는 스타가 탄생한 것이다. 반면 국가 R&D 지원정책을 보면 국가가 산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집중적으로 개발이 필요한 분야 중 민간의 자주적 노력만으로 기술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되는 분야를 ‘체계적 기획’이라는 과정을 통해 미리 선정해서 지원하고 있다. 멍석이 아닌 수혜자가 제한된 방석을 깔아주는 방식인 것이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의 변화 속도를 반영한 R&D정책 추진을 위해서 국가는 좀 더 열린 구조를 가지고 국민의 다양한 필요와 의견을 R&D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이러한 수요지향형 R&D는 마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제공하는 것에 비유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고급 레스토랑에서는 손님이 주문(시장/기업의 수요)하면 그에 맞추어 요리(기술개발)를 시작한다. 먼저 음식을 마음대로 만들어 놓고 손님이 사가길 기다리진 않는다. 물론 훌륭한 요리를 제공하기 위해 식재료(기초과학 및 원천연구)와 좋은 요리도구(인프라), 그리고 서빙(비즈니스 서비스) 등을 준비해 놓지만, 정말 필요한 요리하는 과정은 손님의 주문과 취향에 따라 맞춤형으로 진행된다. 모든 R&D가 이렇게 진행될 수도 그럴 필요도 없겠지만, 적어도 일부 산업기술개발 프로그램에 있어서는 이러한 주문형 R&D 프로그램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셋째, 현재 국가 R&D는 멍석을 깔아주되 크게 깔아주지 못하고 있다. 슈퍼스타K는 몇 달에 걸친 오디션 기간 동안 수많은 홍보와 이벤트를 통해 적절한 긴장과 감동, 그리고 재미를 선사해왔다. 예를 들어, 대중 인지도가 높은 인물들을 심사위원으로 섭외하고, ‘노래에 목숨 걸어라’, ‘기적을 노래하라’와 같이 눈에 띄는 홍보카피를 만들어 일관성 있는 이미지를 창출했다.
결국 국가 R&D정책에 대해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고 관심을 끌기 위해서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낼 수 있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알 수 있다. 파격적인 투자 금액뿐 아니라, 붐업(Boom up)을 위한 다양한 툴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다. ‘간섭 대신 마당만 크게’, 이러한 생각의 전환이 국가 R&D정책에도 필요하지 않을까?
넷째, 공정하고 전문적인 평가와 그 결과에 대한 관리가 더 정교화되어야 한다. 슈퍼스타K의 평가방법을 보면 예선부터 8차례의 공개 경연을 통해 전문 심사위원의 투표와 국민이 참여하는 인터넷 투표 결과로 우승자를 가려냈고, 심사위원의 날카로운 평가와 그 비판을 극복하기 위한 각 후보들의 노력과 발전 역시 큰 이슈가 되었다. 모두가 인정하는 심사위원의 전문성, 단계별 평가를 통한 후보들의 스크리닝,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공개 평가 과정 등이 자칫 퇴색될 수 있는 오디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만들었다고 평가되었다. 국가 R&D정책도 이처럼 평가의 공정성 및 전문성이 중요한 핵심 성공요인이라 할 수 있다.
아직 일부 국가 R&D사업에서는 사업 평가 및 관리의 불투명성과 무성의함이 비판받고 있는 경우도 있다. 대형 R&D사업의 중간평가의 회의록이 겨우 자필메모 1장 뿐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또한 국가 R&D 예산의 편성 조정권을 갖게 될 대통령 직속 심의기구인 국가과학기술위원회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특정 기업의 인사들의 발탁이 거론되면서 형평성과 공정성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정부의 기술연구개발투자가 글로벌 경쟁 속에서 미래의 국가 성장동력을 견인한다는 점에서, 성공적인 투자를 위한 평가의 전문성 확보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라 할 수 있다. 특히, 국민의 세금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예산의 배분과 활용, 성과관리 등에 있어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노력 또한 매우 중요하다는 점은 새삼 강조될 필요가 있다.

국가 R&D 개선을 위한 제언
지금까지 슈퍼스타K와 현 R&D 정책/사업을 비교해 보면서 나타난 문제점을 통해, 향후 국가 R&D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으로 아래와 같이 세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R&D투자 이후에 성과만을 관리하는 현재의 관리방법 대신 ‘코칭과 멘토링’을 포함한 미래 스타 기술의 발굴 및 육성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철저한 사전기획이나 종료 후 사후관리가 중요한 만큼, 선정된 프로젝트가 성공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지속적 관리 및 충분한 지원이 가능하도록 R&D 프로세스를 혁신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전문 컨설팅기관과의 협력, 시장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한 과제관리 등이 제도화 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기술-시장-사업에 대한 체계적 코칭이 가능한 전문가 양성도 적극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정책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투자가 실질적인 산업발달로 연결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열린 국민의견 수렴방법이 필요하고, 공급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으로 진행되는 주문형 R&D사업의 설계 및 추진이 필요하다. 특히 산업기술 혁신분야에 있어서는 기업이 주도하여 세계적 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기술개발 수요를 발굴하고 이를 최고의 연구그룹(대학/출연연)에 주문함으로써 맞춤형 R&D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렇게 설계된 정책이 전체적인 국민들의 관심을 유발시킬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이 필요하다. 기존 전시회나 시상식의 개념을 뛰어넘는 참신한 기획과 적극적 추진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분야의 아이디어를 모집해야 할 것이다.
셋째, 과학기술의 지원, 선정 및 수행 성과의 관리를 보다 투명하게 하기 위한 중간장치들이 필요하다. 우선 신뢰할 수 있는 평가시스템 구축 및 평가위원 Pool의 확보가 시급하다. 단순히 현재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미래 글로벌 경쟁에 대비할 수 있는 ‘슈퍼스타급’ 전문가를 발굴-관리해야 할 것이다. 또한 치열한 경쟁구도 하에서 공정한 평가가 진행될 수 있는 ‘평가의 장’도 마련되어야 한다.
교과부가 올해 초 진행했던 글로벌프론티어사업의 ‘토론평가 시스템’과 같이 새로운 평가 프로세스에 대한 아이디어도 발굴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다양한 의견수렴을 위한 창구도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위한 온라인/오프라인 시스템뿐 아니라 그에 대한 피드백, 제안자의 지식에 대한 보안/보호 방식 등 부수적인 사항들도 함께 검토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과학기술이 아직은 일반 국민들에게 낯설고 딱딱하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스포츠나 연예계에 비해 국민적 스타도 없고, 어떤 과정을 통해 우수기술이 탄생하고 또 기업으로 성장해 가는지도 눈에 띄지 않는 현실이다. 하지만 치열한 글로벌 경쟁 하에서 우리 민족의 우수성과 저력을 전세계에 보여주기 위해서는 실험실에 안주하지 않고 세상 속으로 나아가는 ‘또 다른 모습의 과학기술 및 R&D정책’이 필요함을 이번 슈퍼스타K를 통해 새삼 되새겨 본다.
관리자 I 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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